better together

전혀 다른 음색을 가진 4명의 청년이 모여 같은 노래를 부른다. 몸을 5개로 쪼개도 모자란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그중에서 '에스엠 더 발라드(S.M. THE BALLAD)' 프로젝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 보니 얼마나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지 짐작이 간다. 

화보에 쓰일 세트를 괜히 방처럼 꾸몄다 싶었다. 졸린 눈으로 들어온 청년들은 파자마를 입혀놓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담요 위에 눕기 시작했다. 첫 방송이 있기 바로 전날, 촬영장에서 SM의 새로운 프로젝트 그룹 '에스엠 더 발라드(S.M. THE BALLAD)' 멤버의 모습은 그랬다. 에스엠 더 발라드는 트랙스의 제이, 샤이니의 종현, 슈퍼주니어의 규현, 그리고 신인인 지노로 이루어졌는데, 이름에서 눈치 챘겠지만 각 그룹의 내로라하는 보컬을 모아서 만든 발라드 그룹이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담요 한 장 깔려 있을 뿐이건만 제 방처럼 와서 눕는 통에 일어서서 찍어야 하는 컷이라고 말하기 미안할 정도였다. "어제 뭐 했어요?" 하고 묻자 "'텐텐'이라고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하는 공연 연습을 했는데, 그저께랑 어제 이틀 연속으로 하니 피곤하네요"하고 규현이 대답한다. 그는 슈퍼주니어 K.R.Y.콘서트, 슈퍼주니어의 콘서트 <슈퍼쇼>, 뮤지컬 <삼총사> 연습을 하는 데다 슈퍼주니어 멤버인 이특, 은혁과 함께 케이블 토크쇼의 MC도 맡았다. 종현은 새벽까지 콘서트 영상 촬영을 했고, 고3인 지노는 기말 고사 기간이라 시험을 치고 바로 촬영장으로 왔다. 사실 데뷔 이래 가장 바쁜 사람은 제이인데(화보 촬영날도 드라마 촬영 때문에 중간에 가야 했다), 드라마 <프레지던트> 촬영에, 뮤지컬 <삼총사>와 <락 오브 에이지> 연습으로 요즘 'SM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되었다. 동시에 이들이 에스엠 더 발라드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피곤한 기색도 잠시, 몸이 좀 풀린 듯하자, 금방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각자 스튜디오 이곳저곳에서 새 음반 <너무 그리워>에 수록된 'Hot Times'의 도입부 '예에이예에'부분의 높은 음을 지르고, 규현은 어디선가 소형 캠코더를 꺼내 다른 사람을 찍는다. 그 옆에선 제이가 뮤지컬 <삼총사> 연습을 하는 건지 칼싸움하는 연습을 한다. 그러다가 또 누군가 다시 노래를 부른다. '7년간의 사랑'을 녹음하다가 눈물지었다는 규현, 이번 음반의 '너무 그리워'를 재녹음할 때 너무 많이 울어서 그날 녹음한 걸 쓸 수 없었다는 종현과 촬영장에서 끊임없이 만담을 늘어놓는 청년들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알고 보면 이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기획하고 준비해왔기 때문에 그들은 바쁜 와중에도 에스엠 더 발라드에 대한 애착이 크다. "이번 음반에 들어 있는 '너무 그리워'는 2년 전에 녹음한 거예요. 2008년 12월의 저희 목소리죠. 그래서 라이브로 들을 때 좀 다를 수도 있어요." 규현이 말한다. 목소리가 달라졌을진 몰라도 분명한 건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았다는 거다. 촬영장에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질러대던 고음이 아직도 5.1채널로 들려오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들이 원래 있던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에스엠 더 발라드로 뭉치면서 확실히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는 듯했다. 

보컬만 4명을 모아놓았으니 당연히 경쟁도 있다. "한 번은 녹음을 했는데 각자 역량을 다 하다보니 노래의 밸런스가 안 맞는 거예요. '나, 노래 잘해'라고 자랑하는 보컬들의 싸움처럼 돼버렸죠. 그래서 다시 녹음한 적이 있어요." 종현이 얘기한다. 외국 보이 밴드 같았으면 질투심에 멱살잡이를 했을지 모르지만 한국인 정서상 서로가 잘하는 걸 부러워하는 분위기다. 막내 지노의 말에 따르면 규현은 서정적인 정서를 잘 표현하고, 종현은 모든 곡을 자기 식대로 해석해서 그가 부르는 노래는 새로운 느낌이며, 제이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좋다고 한다. "트랙스에서 제이 형이 'Scorpio', 'Paradox'를 부를 때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같이 활동하는데도 '우와'하고 쳐다보게 돼요." (…)

음반이 나오기 전에 넷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을지를 우려했다. 음색이 독특한 종현과 부드러운 목소리의 규현, 오랫동안 록 밴드를 해온 제이와 아직 목소리를 모르는 신인 지노가 같이 노래를 부른다는데 어떤 소리가 나올지 쉽게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덕분에 완전히 다른 목소리들이 한 곡에 녹아들면서 잘 어우러질 때 더 매력적으로 들린다는 걸 알았으니까. 'Hot Times'가 그걸 증명하고 있으며, '너무 그리워'는 작곡가가 영리하게 각자의 파트를 분명히 나눠놓아 한 곡을 4가지 버전으로 듣는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나머지 곡은 각 멤버의 음색에 맞는 스타일의 솔로곡이나 듀엣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인터뷰에서 소울 장르를 불러보고 싶다고 말한 종현은 정말로 이번에 네오소울 장르의 곡 'Don't Lie'를 지노와 함께 부르게 되었다. "제가 의도한 거 아니에요. 이 노래도 예전에 만들어진 곡인데 영어 버전으로도 부르고 여러 버전으로도 녹음해봤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듣고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까 겁이 나더라고요. 제가 듣기에도 어려웠거든요." 음반이 나오고 난 지금은 오히려 색다르다고 좋아하는 반응이다. (…) 그리고 제이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트랙스로 활동할 때와 특별히 다른 변화는 없어요. 매번 혼자 부르다가 든든한 3명이 옆에 있어서 부담을 덜어 오히려 편하죠. 'Hot Times'란 곡에서 꼭 해보고 싶던 랩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에스엠 더 발라드가 결성되었으니, '에스엠 더 록'이나 '에스엠 더 일렉트로닉'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프로젝트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각 팀에서 랩 잘하는 사람만 모아서 진짜 멋있는 힙합 크루를 만드는 거예요"라는 규현의 말에 "맞아, 진짜 춤 잘 추는 사람만 모아 퍼포먼스도 같이하는 거야. 진짜 멋있을 것 같아"라고 종현이 거든다. 그럼 에스엠 더 발라드의 두 번째 프로젝트 음반을 넘기고 싶은 SM 식구는 누굴까? 언제나 그렇듯 규현부터 얘기한다. "죄송하지만, 저는 이걸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자 종현도 "저도요. 서바이벌로 해서 살아남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지노도 마찬가지. 

제이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계속 하고 싶다고 얘기했을 테지만, 먼저 자리를 뜬 탓에 샤이니의 온유와 슈퍼주니어의 예성이라는 답을 서면으로 전해왔다. 샤이니나 슈퍼주니어의 다른 멤버는 분명 배가 아플 것 같다. 같은 회사에 소속된 가수 중에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지 않을까. (…)

ⓒNYLON: 포토그래퍼 황혜정, 에디터 김윤정, 스타일리스트 서수경, 헤어 E NOC, 메이크업 공혜련, 어시스턴트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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